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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 에디터/맵 디자인 칼럼

스타2 공식맵 제작 노트 - 뉴 게티스버그(New Gettysburg)


#0 'NEW' GETTYSBURG



792일만에 선보이는,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 II 프로리그 2016시즌 - 3라운드 신규맵 '뉴 게티스버그' 입니다.


사라 캐리건이 저그에게 잡혀간 곳으로 유명한 행성 타소니스의 핵심 지역이며, '뉴 게티스버그'의 모티프가 된 '게티스버그'는 미국 남북전쟁 최대 격전지였습니다. 추후 그 곳은 미국 남부전쟁의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두 선수가 이 맵에서 승부를 위해 경기하는 모습이 '뉴 게티스버그'를 지키기 위한 모습과도,  미국 남부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것처럼, 멋진 경기가 이루어져 후에도 기억될 수 있도록 붙여진 이름입니다.


'뉴 게티스버그'의 제작노트를 여러분께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맵은 어떤 의도로 제작되었는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맵을 여러분께 보여 드릴 수 있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어쩌면 맵이란 요소는 매우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개선해나가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글보다는 다소 무거운 글이 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적어보았습니다. 스타2 관계자와 유저분들에게는 흥미로운 글이, 맵에 흥미가 많은 분들에겐 이후 맵 제작에 큰 도움이 되길바랍니다.



#1 맵 메타 파악


공식맵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새롭고 재밌는 경기를 위해 연구하여 많은 맵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보이기도 했으며, 밸런스는 좋지만 유저들에게 좋지 않은 맵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최근에 만들었던 ‘하늘 방패’도 좋은 맵으로 기억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2016 GSL 시즌1에 사용된 하늘 방패의 전적. 저프전을 제외한 밸런스는 매우 좋지 않다.


이를 계기로 공허의 유산 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봐야 했습니다.

 

최근들어 블리자드는 레릴락 마루어스름 탑등 비교적 크고 넓은 맵을 래더맵으로 사용했습니다. 공허의 유산 초기에는 원활한 경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레릴락 마루에서는 넓은 앞마당으로 인해 올인 전략이 많이 사용되었으며, 중앙 프로토콜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어스름 탑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공허의 유산 초기, 스타2 맵 커뮤니티에서는 어스름 탑과 같은 맵 구성을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공간 활용을 잘하면 맵 사이즈를 줄일 수 있고, 너무 큰 전장은 유닛의 배치나 건물 심시티를 하기 어려운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스름 탑이 좋은 밸런스와 다양한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한참 맵 디자인에 생각하고 있던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스름 탑공허의 유산에 알맞은 맵의 형태라고 생각했고, 차기작을 위해 몇가지 맵을 분석하게 됩니다.



#2 '어스름 탑' 분석



첫번째로 어스름 탑분석을 통해 한층 더 안정적이고 재밌는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맵을 제작하는데 초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어스름 탑의 핵심적인 레벨 디자인 요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 ‘레릴락 마루처럼 앞마당이 넓지만 불안하지 않습니다. 어스름 탑은 뒷마당이 있어 앞마당을 확보할때는 병력을 생산할 기반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야 하는 맵에서는 너무 넓으면 안됩니다. 레릴락 마루에서 보여주었듯이 올인성 성향이 짙어집니다.


 기존의 중앙 멀티는 테란이 전진을 위한 멀티로 이용을 많이 하였고 이는 테란에게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좋게하여 중후반 밸런스 붕괴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스름 탑에서는 중앙에 가깝게 확장지역이 있지만 주요 교전 지역의 후방쪽에 위치해 있어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거리가 가깝습니다만, 최단 경로로 가기 위해서는 좁은 길목을 지나가야합니다. 후반 대규모 병력은 이 길을 통해서 가기엔 어려움이 따릅니다. 따라서 넓은 길목으로 유닛을 돌려서 가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넓은 길목의 사용이 빈번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곽에 위치한 확장지역 공격 및 수비에 자연스러운 병력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맵이 넓게 사용되는 것은 정말 좋은 흐름입니다.


 앞마당 이후 선택적으로 확장을 가져갈 수 있는데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중앙 멀티는 앞마당과 제일 가까워 수비가 쉬울 수 있으나 견제 언덕이 붙어있어 견제에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3, 9시에 위치한 멀티는 비교적 멀지만 상대방과 제일 먼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풍부한 멀티에 상대 본진방향으로 돌출된 지형은 군단 숙주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범위 공격이 가능한 해방선, 분열기, 가시지옥 등의 추가로 산개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고, 산개를 위해서는 넓은 지형이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교전지역이 넓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앞마당 뒤에 넓은 공중지역이 있는 경우는 뒷마당을 견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제 2멀티까지 확보하여 자원 확보에만 집중하는 지루한 경기를 배제하기 위함입니다.



#3 '울레나' 분석



어스름 탑과 유일하게 래더맵으로 남아있는 울레나도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짧은 동선을 통해 전략적인 게임이 자주 나오는데, 초반 소수 유닛으로 치열한 싸움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최단 경로를 통한 공격적인 플레이 빈도가 높아, 각 멀티를 쉽게 방어 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앞마당과 제 2멀티는 가깝게 붙어있고 이후에는 연쇄적인 멀티가 배치되어있습니다.


 중규모의 병력이 최단 경로로 공격을 가면, 매우 좁기 때문에 각개격파 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반 이후에는 주로 좌측 지형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더불어 최단 경로는 수정탑, 보급고와 같은 저렴한 건물을 1개만 건설하여 길목을 완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최단 경로에 위치한 감시탑은 중후반에도 최단 경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일단 확보하면 짧은 공중 경로로 오는 공격을 빠르게 인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다른 맵에서 볼 수 없었던 다이나믹한 경기가 나오는 맵입니다.



울레나는 맵 컨셉에 맞게 전략적인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었습니다만, 몇가지 부정적 결과를 피할 순 없었습니다.


 최단 경로 때문에 올인성 공격이 잦았습니다. 너무 가까워 알고도 못막는 경우가 많아 유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섬멀티는 풍부한 멀티지만, 실제로 가져갈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상대방과 너무 가깝고 혹시라도 저그가 확보했다면 최단 경로에 있는 젤나가 감시탑을 통해 점막이 보이기 때문에 섬멀티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 했습니다.


 중규모 병력 이상부터는 최단 경로를 사용하지 않고 왼쪽에 위치한 넓은 길목을 이용하는데, 맵의 동쪽으로 멀리 돌아가는게 아니라, 중앙 바위를 파괴하여 해당 경로만 이용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맵의 일부분만 사용하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울레나어스름 탑처럼 성공한 맵입니다. 어떤 맵의 구성이 양 유저가 전략적인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지 증명했으며, 블라자드는 다양한 맵을 래더맵에 넣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맞는 맵이 바로 울레나이기 때문입니다.



#4 유저의 관점에서



신규맵이 나오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밸런스가 매우 좋지 않거나 과도한 컨셉으로 인해 일반적인 게임 방식으로는 해당 맵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교체된 코랄 카나지 녹아웃은 맵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느 쪽에 상대방이 위치해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이며 바위탑뒷길을 통해 공유되는 본진은 유저에게 혼란을 주었습니다.

 

맵 제작자 입장에서는 유저들이 컨셉맵에 쉽게 적응한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모든 유저가 맵에 대해 전문적이진 않습니다. 누군가는 맵이 정말 복잡하다.’ 라고 피드백을 남길 수 있습니다. 모든 유저는 다이아몬드, 마스터, 그랜드마스터가 아니며, 새롭고 독창적이고 기발한 맵을 만들었더라도, 익숙한 요소가 없다면, 유저는 그 맵에 익숙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지 공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프로게이머도 단순한 맵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게임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존 요소를 최대한 반영하는 목표 아래 다음 맵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독창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면 직관적이고 명확하게보여주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기본 요소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독창적인 요소를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5 TLMC(TeamLiquid Map Contest) 참가


해외 e스포츠 커뮤니티인 팀리퀴드(TeamLiquid)에서는 매번 TLMC가 열립니다TLMC에서 뽑힌 맵들은 블리자드 밸런스 팀을 통해 래더맵이 되기도 하는데, 이번에 7번째로 열린 TLMC는 처음으로 시작되는 공허의 유산 맵 공모전이었습니다.  즉 이번 공모전을 통해, '공허의 유산' 최초의 래더맵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항상 프로게이머 경기에 사용되는 맵을 만들었다면, 이번엔 스타크래프트2를 즐기는 모든 유저가 즐기는 래더맵을 만들어 보기 위해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뉴 게티스버그의 제작 과정


TLMC #7 초기 제출버전


개인적으로 울레나는 정말 매력적이지만 유저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주었고 이러한 부분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단지 너무나 가까운 경로로 인해 긍정적인 맵의 요소가 묻혔기 때문입니다. 예로 들면 초반에 많은 병력 움직임을 통해 더욱 긴장되는 게임의 요소는 플레이어와 시청자 입장에서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수많은 전투 끝에 극적으로 승리를 하게되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킬론 황무지의 장점 요소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군단의 심장에서 아킬론 황무지는 장기전의 표본이 되는 멋진 경기를 많이 탄생시켰습니다. 따라서 울레나아킬론 황무지의 장점 요소를 가져와 뉴 게티스버그에 적용하였습니다.

 

울레나의 전략적 요소

 상대방과 가까운 앞마당 : 보통맵보다 짧지만, 울레나보다는 길게 제작하여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기 유도

 울레나의 섬멀티 : 단순히 1개가 아닌 4개를 이용하였으며, 새로운 시스템인 에어블락커(Air-Blocker)를 통해 섬멀티 방어가 쉽도록 함

 앞마당 뒤 넓은 공중지역 : 초반 전략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함

 

아킬론 황무지의 운영적 요소

 연계성 멀티와 넓은 전장 : 손쉬운 멀티 확보와 원활한 교전을 위해 적용

 단순한 공격경로, 손쉬운 수비: 유저가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기본 요소 도입. 손쉬운 수비를 통해 전략 및 운영 게임에서 안정적인 흐름 유도.

 장기전 플레이가 가능한 요소 : 2멀티를 확보하게 되면 앞마당이나 본진쪽으로 견제가 다소 어려워지게하여 운영 게임 유도.



방어가 어려워 확보하기 힘든 섬멀티의 방어를 보다 쉽게하고 전략적인 요소로 이용을 장려하기위해 새로운 요소인 에어-블락커(Air-Blocker)를 적용했습니다. 유저가 인지하기 쉽도록 높은 벽을 배치하였고, 붉은색으로 표시하여 지나다닐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적용할때는 유저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익숙한 요소인 섬멀티의 단점을 보완하는 관점으로 접근하였습니다.



#7 인식의 변화


'TLMC7 Finalists Announced'에 소개된 '뉴 게티스버그'의 설명


'뉴 게티스버그'는 Finalists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총 4가지 맵 분류인 Macro Maps(운영형 맵), Rush Maps(전략형 맵), New Maps(독창적인 맵), Gold Maps(독특한 풍부한 멀티를 지닌 맵)를 기준으로 총 15개의 맵이 선발되었습니다.


선발된 15개의 맵은 BasetradeTV에서 주최하는 Map Test Tournament를 통해 해외 프로게이머를 통해 테스트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최종 맵 투표 기간전에 직접 자신의 맵이 경기되는 것을 보고 밸런스 또는 버그를 잡아내어 더욱 좋은 맵을 투표기간때 선보일 수 있도록 마련되었습니다.


'뉴 게티스버그'에서 최고의 명경기를 보여준 Lambo(Z) vs. Beastyqt(T)


15개의 Finalists가 공개되었을때, '뉴 게티스버그'는 탈락 후보로 지명 받았습니다. 맵 이미지로만 봐서는 단순한 운영형 맵이며, 4개의 섬멀티는 가져가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뉴 게티스버그'에서 9번의 경기를 통해 '에어-블락커'가 적용된 섬멀티는 충분히 전략적인 요소가 될 수 있으며, 무조건 운영형 게임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게임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겉으로는 칙칙하고 다른맵과 다를 것 없는 구성이었지만, Map Test Tournament 통해 많은 사람들이 '뉴 게티스버그'의 가능성을 알아주었고 이를 통해...



#8 맵 공모전 우승



7번째로 열린 TLMC에서는 '뉴 게티스버그'가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9 마치며


추후 '뉴 게티스버그'는 지루한 요소를 줄여 더욱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수정되었고,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 II 프로리그 2016시즌 - 3라운드 신규맵'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블리자드 밸런스 팀에서도 수정된 버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추후 행보가 기대됩니다.


번 맵 제작 과정을 통해 앞으로도 제작할 '공허의 유산' 맵의 요소에 대한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실 공모전에 출품하지 않고, 몇가지 후보맵을 제시하여 내부적인 회의를 거쳐 공식맵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공식맵 제작자라는 위치에서 맵 공모전에 출품했지만 탈락하면 위상이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은 나태해지기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맵을 만들고 싶다면 말이죠. 덧붙여, 스타2 1세대 맵 제작자인 제가 아직 인정받을 수 있어 더욱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좋은 피드백을 전달해준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 디자인 팀, 멋진 해설과 많은 칭찬을 해준 BasetradeTV 캐스터 Rifkin, 한국e스포츠협회 유동구 대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일 저평가된 맵의 가능성을 보고 멋진 투표를 해준 투표자와 해외 맵제작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GL HF!